특별 기획전시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10월 5일까지 열려
기산 김준근 화가의 손끝을 따라 '150년전 민속의 풍경'을 마주하다

[곽기자의 전시산책] 국립민속박물관,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잊었던 민속의 풍경들"

곽중희 기자 | news@thesegye.com | 입력 2020-07-30 19: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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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임즈 곽중희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자주 들은 문장이지만 의미를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문명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 문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상 물정을 알아야 한다'고 그런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뉴스도 보고, 책도 읽고, 방송도 접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다. 혼란스럽다. 하루에도 수천 개씩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콘텐츠에 어디서부터, 어떤 것을 접해야 할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예술은 이렇게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한 시간에 붙잡아 놓는다. 이번 전시는 100년 전의 풍속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전시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경복궁 내부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에서 2020년 5월 20일(수)부터 10월 5일(월)까지 '가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 측은 "전시는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풍속화와 그 속에 기록된 우리 민속의 흔적과 변화상을 찾아보는 자리로, ▲밭 갈고 부종(付種) 하는 모양 ▲여인 방적(紡績) 하고 ▲행상(行喪) 하고 ▲추천(鞦韆) 하는 모양 등의 기산 풍속화와 ‘두부판’, ‘씨아’, ‘시치미’, ‘대곤장’ 같은 민속자료 등 총 340여 점을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25일 전시 방문 당일, 날은 흐렸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꼈고 비가 내릴 듯 말듯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경복궁역 5번 출구는 국립고궁박물관과 이어져 있다. 고궁 박물관을 지나 경북궁 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국립민속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가는 땅은 넓게 펼쳐져 있는데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구불구불했다. 


박물관은 현대식 건물이었다. 현대식은 각진 하얀 벽에 대리석 바닥이다. 코로나19로 전시장 입구는 일부만 개방돼 있었다. 마스크를 동여매고 QR코드를 찍었다. K-방역의 일환이다. 요즘은 자기 확인을 하지 않고서는 어디도 갈 수 없다. 전시장 입구 테이블에는 엄마와 아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잠시 전시 감상을 위해 글자를 접어두고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중간중간에 감상평을 덧붙였다. 사진 밑 작품 설명은 사진 자체에 담겨 있어 생략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 선 기산 김준근 화백, 그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15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예술 활동이 그렇다. 무수한 작품을 남겨도 작품을 담을 창을 만나지 못하면 시간 속에 잊힌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은 그에 굴하지 않는다. 유명보다 만족감을 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밥도 벌어먹어야 한다. 예술도 해야 한다. 무엇이 고귀한가? 무엇을 위한 고귀함일까.

전시설명은 기산 김준근에 대해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 가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나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생업과 의식주, 의례, 세시풍속, 놀이 등 전 분야의 풍속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당시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에게 많이 팔렸으며,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사, 민속학 등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관심 대상이었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산 김준근의 존재와 그의 풍속화 세계를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모습, 의상, 각종 풍속, 놀이까지 참 많은 것이 변했다. 불과 150~200년 만의 일이다. 특히 풍속화에 그려진 전통한복이 인상적이다. 삶의 형식은 달라졌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사람들의 욕구는 같았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공부를 하듯, 장원급제를 해 관직에 서기 위해 과거시험을 보러 간다. 생업을 위해 쉼 없이 움직였던 손에는 이제 작은 기계를 하나씩 잡고 있다. 200년 후 오늘날의 사진을 보며 "손에 들고 있는 저게 뭐지?"하며 기이해 할지도 모른다.

전시주최 측은 "사람과 물산(物産)이 모이는 시장과 주막, 그 시장에서 펼쳐지는 소리꾼, 굿중패, 솟대쟁이패의 갖가지 연희와 갓, 망건, 탕건, 바디, 짚신, 붓, 먹, 옹기, 가마솥 만드는 수공업 과정을 볼 수 있다. 또한, 글 가르치는 모습, 과거(科擧), 현재의 신고식과 유사한 신은(新恩) 신래(新來), 혼례와 상·장례 등의 의례, 널뛰기와 그네뛰기, 줄다리기와 제기차기 등의 세시 풍속과 놀이, 주리 틀고 곤장 치는 혹독한 형벌 제도 등이 소개되어, 한 세기 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도 옷이 찢어지거나 단추가 떨어지면 가끔 바느질을 한다. 바느질을 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옛날에는 집에서 어머니께서 옷을 깊어줬다고 한다. 물론 요즘은 바느질을 볼 일이 없다.

이전에 기차에서 한 젊은 외국인 여자가 찢어진 바지를 어설프게 꿰매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께서 대신 깊어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시대도 없었다. 

 

 

 

 


아낙네들이 개울가에 앉아 수다를 떨며 빨래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요즘은 세탁기의 버튼 한 번으로 모든 걸 끝낸다. 편리함을 따라 문명은 발전해 왔다. 빨래를 하러 가는 시간조차 무색해졌다. 수많은 여인들은 빨래를 하며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 이집저집 시름을 털어놓고, 바깥사람의 흉을 봤겠지 싶다.

농업에 대한 설명에 '씨 뿌리기' 관련 내용에 눈길이 갔다. 

 


"쟁기질과 씨 뿌리는 일은 동시에 계속해 나가는데,
(중략)
한 남자가 맨발로 새로이 만든 밭고랑을 따라 고랑을 넓히면서 밟으면
다른 이가 낱알을 떨어뜨리면서 비료를 주며, 흙으로 그곳을 덮는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밟는다. 그러니 새들이 낱알을 쪼아먹을 새가 거의 없다." 


-The Face of Korea ‘조선의 모습(1911)’ E.G 캠프


자연의 이치에는 생명을 기르는 지혜가 담겨 있다. 씨를 뿌리고서는 쟁기질을 계속해 줘야 한다. 흙 속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비료로 영양을 공급한다. 그리고 땅을 밟아 단단하게 다져 새가 쪼아먹지 못하게 만든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신앙, 기생, 상장례, 형벌 차례로 전시는 이어진다.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속세를 떠나고자 했던 이들과 속세를 꼭 껴안고 놓지 않았던 이들이 공존했다. 인간은 본능 아래 움직여왔다. 욕구에 순응하며, 때론 욕구를 부정하며, 존재를 규정하기 위해. 그 시대에 풀리지 못했던 마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진다. 

 

 


전시주최 측은 "민속은 전승되지만, 또 변화한다. 사람과 사람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서 민속은 당연히 변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속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며 "2020년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변화시키듯, 한 세기 전을 기록한 풍속의 블랙박스인 기산 풍속화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삶의 변화상을 찾아볼 수 있다. 민속의 변화상을 살펴보면서 ‘민속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며, 현재의 풍속은 어떻게 기록되어 훗날 오늘의 민속으로 소개될지 그려보길 바란다.

아울러 전시 관람이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역사 속에는 민속이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는 우리도 민속이 되고, 가치를 인정받은 것들은 고전이 돼 역사에 기리 남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보며 민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이 시대만이 전부가 아니라, 우리 이전에 살아 숨 쉬었던 역사와, 앞으로 숨을 틔울 미래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고로 두 다리를 연결하는 현재(Present)는 우리에게 더욱 뜻깊은 선물(Present)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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