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39)쫓겨날 채비를 하고 들어간 집

이현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2-27 09: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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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기다리는 사람을 외
면하지 않는다

자신의 차로 써리의 할머니 집까지 나를 데려다 준 김씨에게 아
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는 벨을 눌렀다. 오늘도 역시 짐이 나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그를 따라 조심스럽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방 안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킴, 잘 왔어요.”
반가워하는 할머니를 보니 얼어붙었던 마음이 다소 풀어졌다.
“가져올 물건이 더 있나요?”
짐이 내가 머물 방으로 안내하면서 물었다.
“아니, 이게 전부예요.”
짐은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좀 창피했다.
‘어차피 쫓겨날 것이니까, 조금만 가져왔지.’그렇게 설명할 수도 없었다.
내 방은 할머니 방 옆에 붙은, 작지만 깨끗한 방이었다. 침대, 책상, 의자, 그리고 붙박이장이 가구의 전부였지만 커다란 창이 달려있어 무척 밝았다.
새 주인을 맞을 채비라도 한 듯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식탁 위에는 샤론이 나에게 남긴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검은색의 그 노트에 샤론은 뭔가를 빽빽하게 써 놓았다. 그것은 내가 할머니의 식탁을 위해 만들 요리법들이었다. 샤론이 내게 전수하려는할머니를 위한 요리는 모두 15가지였다. 그녀는 요리법과 재료등은물론, 해당 요리와 관련해 알아 두어야 할 상식까지 덧붙어 놓았다.
그래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짐에게 물어보라는 메모까지 친절하게적어 놓았다.
나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지난번 한국 부잣집에 비하면 10분의1도 되지 않는 보통 집이었지만 할 일을 찾아 가면서 해 나갔다.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어 내고, 바닥을 닦고, 유리창과 전등까지 일일이 닦아 냈다. 청소만큼은 이력이 붙은 나로서는 식은 죽 먹기보다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요리를 했다. 샤론이 써 놓은 노트를 보면서 그대로따라 했다.
중간에 막히는 것이 있으면 할머니에게 직접 물어서 해결했다.
도중에 내 나름대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노트에다가 적어 넣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나는 이 집에서 꼭 쫓겨나야 하는 사람처럼 며칠을 조바심으로 지냈다.
할머니는 아침 9시에 일어났다. 이후 간단하게 아침을 들고 약을먹은 후 신문과 텔레비전을 보았다. 12시쯤 빵 한 조각으로 점심을대신한 후에 낮잠을 2시간 정도 잤다.
그 시간에 나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조금의 소리라도 나면할머니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되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이 시간에는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낮잠을 자요.”
하지만 그 아까운 시간을 낮잠으로 소비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시간에 할머니가 보던 신문을 읽고 외웠다. 그리고 할머니가 일어나면 그 내용을 얘기하려 애를 썼다. 특히 독자들의 고민을 풀어주는고정 칼럼이 있었는데, 나는 그 칼럼을 통해 영어 공부와 함께 삶의지혜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알차고 평화로운 오후가 지나면 짐이 일을 마치고 돌아올시간이 되었다. 할머니는 저녁 6시쯤 짐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얘기를 나누다가 8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었다.
샤론과 짐의 아버지이자 할머니의 남편인 할아버지는 엔지니어셨는데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곁으로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한다면서 한숨 지으며 지냈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
매일을 눈물 지을 정도로 괴롭고 외로운 삶이었다고 했다.
할머니가 이렇게 약한 생각을 하게 된 데는 그동안 집안일을 돌봐준 가정부들의 탓도 컸다. 할머니는 내가 들어올 때까지 여러 명의 가정부를 고용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할머니를 늙고 병든 노인으로만 취급을 했다. 식사도 제때 주지 않고 낮잠을 자는가하면 어떤 이는 부업거리를 가져와서 그 일에만 매달려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어떤 가정부는 오후에 나갔다가 새벽녘에나 들어와서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는 일도 잦았다고 했다. 또, 남자 친구로부터
실연을 당해 술을 마시며 울고 불고 해서 할머니를 불편하게 한 가정부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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