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Dr. Zena Chung (제나 정), 글로벌외교관포럼·한-인도 비즈니스문화진흥원(IKBCC) 이사장]
지금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국면이 아니다. 에너지, 물류, 기술이라는 세 개의 축이 동시에 이동하는 문명사적 구조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 전환기에 국가 전략을 잘못 설계한 나라는 단기간의 손실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열위에 놓이게 된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라는 성취 뒤에는 성장의 피로와 지정학적 제약이 함께 누적돼 있다. 특히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태평양과 미·중 중심 질서라는 ‘남쪽을 향한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길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는가.
대안적 시선은 북쪽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이름이 바로 빙상(氷上) 실크로드다.
‘편승’이 아닌 ‘설계’의 선택
중국의 일대일로는 21세기 최대의 지정학 프로젝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그것은 중국의 전략이지, 대한민국의 전략일 수는 없다. 거대 질서에 편승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하위 노드로 편입될 뿐이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위치는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설계하는 국가’다. 빙상 실크로드는 그 출발점이다.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해상 네트워크는 단순한 항로 단축이 아니다. 물류비 절감, 에너지 수송 다변화, 극지 자원 접근, 친환경 조선과 디지털·위성 산업의 동시 성장을 촉발하는 국가 산업 플랫폼이다.
조선·해운·항만·에너지·반도체·디지털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국가는 많지 않다. 이 조건을 모두 보유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빙상 실크로드는 선택이 아니라, 주도하지 않으면 손해가 되는 미래 전략이다.
반달로 증명한 국가의 저력
우리는 이미 한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분단이라는 ‘반달’의 조건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에 올랐다. 전쟁 직후 최빈국에서 불과 70여 년 만에 이룬 성취다. 이는 감정적 자부심이 아니라 통계와 역사로 확인되는 냉정한 사실이다.
영토의 절반, 인구의 절반, 내수의 절반이 구조적으로 봉쇄된 상태에서 이룬 성과다. 세계 경제사에서도 드문 사례다. 흔히 말하는 ‘전교 10등’이라는 비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성취다. 그러나 질문은 여기서 멈춘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보름달이 되는 순간, 모든 구조는 바뀐다
반달로 여기까지 왔다면, 보름달이 되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남북이 연결되는 순간, 빙상 실크로드는 구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부산과 울산의 항만 물류가 한반도를 관통해 러시아 극동과 북극항로, 유럽으로 직결되는 순간, 한반도는 지정학적 변방에서 세계 물류의 중심축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이상이 아니다. 물동량, 비용, 시간, 산업 연계 효과는 모두 계산 가능한 수치다. 통일 코리아는 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4대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문제다.
국가의 격을 다시 묻다
통일 대한민국을 떠올릴 때, 만원권 지폐 속 세종대왕을 생각해 보자. 그는 문자만 만든 군주가 아니었다. 기술과 제도를 통해 국가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국가의 목적을 백성에게 둔 지도자였다.
오늘 세계가 ‘Korea’를 K-콘텐츠로 기억하기 시작했지만, 우리의 국호는 Republic of Korea다. 공화국의 핵심은 속이 빈 상징이 아니라, 속이 단단한 구조다. 그리고 그 김치의 핵심 재료는 속이 비어 있지 않은, 속이 꽉 찬 푸른 배추다.
반쪽 달이 아닌,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보름달의 국가. 내부는 단단하고 외부에는 건강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국가가 통일 한국이다.
국민주권정부의 책무
지금의 선택은 현 정부의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그리고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가 이끄는 국민주권정부는 분열을 관리하는 정부를 넘어,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설계하는 정부여야 한다.
통일은 감정이 아니라 설계다.
평화는 구호가 아니라 산업이다.
빙상 실크로드는 그 설계도의 한 축이다.
전교 4등을 향한 국가
선택은 이제 국민에게도 돌아온다. 전교 10등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전교 4등을 목표로 할 것인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전문성으로, 각자의 산업에서 뛰면 된다. 그러면 이 목표는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반달로 기적을 만든 나라다.
보름달이 되면, 그 이상은 필연이다.
이제는 믿음을 넘어 결단의 시간이다. 우리 세대의 용기가 다음 세대의 기회가 된다.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 이번에는 보름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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