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장시간 노동 의혹…안전관리 책임 공방 가열
안전관리 부실·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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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전경 사진[사진=SK하이닉스 제공] |
지난 1월 13일 밤 9시 36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현장에서 철근 자재 하역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배모 씨가 작업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배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6시간 뒤인 14일 새벽 3시 44분 경 사망했다. 사인은 뇌동맥 파열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용인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돼 있었고, 체감 기온은 영하 7도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현장 노동자들과 건설노조에 따르면 배 씨는 오전 7시 출근해 밤 9시 40분께 쓰러질 때까지 장시간 작업을 이어갔다. 휴게시간을 제외하더라도 13시간에 가까운 노동이 이뤄졌다는 증언이다.
의료진은 배 씨가 기존에 앓고 있던 뇌혈관 질환이 혹한 속 고강도·장시간 노동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1월 같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현장에서 과로로 노동자가 숨진 지 약 두 달 만에 발생한 두 번째 사망 사고다.
건설노조는 “단기간 내 반복된 사망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며 명백한 산업재해이자 인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비치돼 있던 자동심장충격기(AED)가 고장 상태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장 관계자들은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고인의 근무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면 약 11시간으로 파악된다"며 "근무 시간과 인력 운영은 하청업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별히 무리하게 공정이 진행된 현장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노조와 현장 노동자들은 대규모 공사 특성상 공기 압박이 상존했고, 한파 속에서도 작업 시간 조정이나 공정 중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한파주의보 발령 시 건설현장 작업 시작 시간을 오전 9시로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해당 현장에서는 새벽 5시 30분 출근 관행이 유지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한파 대비 노동자 안전보호대책’에는 한파주의보 시 작업시간 조정, 한파경보 시 옥외작업 최소화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지침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고,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같은 현장에서 짧은 기간 내 사망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사고 이후 작업 환경이나 안전관리 체계에 실질적인 개선이 있었는지 여부가 확인될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위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고 현장이 SK하이닉스가 발주하고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은 대형 건설현장이라는 점에서, 발주처 책임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이 있는 경우 발주처 역시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수사에서는 발주처가 현장 안전 관리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에 대한 입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재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근무시간 실태, 한파 대응 조치 이행 여부, 응급 장비 관리 상태 등 현장 안전관리 전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건설노조는 “이번 수사가 개별 사고 책임 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반복되는 건설현장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한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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