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거세지는 고금리 쓰나미 대비할 튼실한 방파제 구축을

심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9 13: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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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4월 6일(현지 시각) 공개한 2022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살펴보면 예상보다 빨리 이르면 오는 5월부터 22년 만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나 올리는 빅 스텝(Big step)의 ‘정책금리 인상’과 중앙은행이 매달 최대 950억 달러(약 116조 원)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 보유 자산을 되팔아 시중 유동성을 직접 거둬들여 흡수하는 초강력 ‘양적 긴축(QT │ 대차대조표 축소)’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미국 연준(Fed)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선 건 무섭게 치솟고 있는 물가 때문으로 미국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돈을 5조 달러나 풀어 인플레이션(Inflation) 압력이 고조된 데다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7.9%로 급등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불안과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빨라진 미국의 긴축 시계에 보폭을 맞추려 한다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만 한다. 당장 오는 4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한국은행 총재가 공석이라 이달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0%로 올렸고 지난 1월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지난 3월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겸임하는 한국은행 총재 부재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이 빅 스텝(Big step)의 금리 인상과 자산 매각 등 쌍끌이 양적 긴축(QT)에 나선 데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도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4.1%)을 보이면서 고공 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물가 급등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을 더는 늦추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미국발 쌍끌이 양적 긴축(QT)이 세계 금융시장 곳곳에서 긴축 발작(Taper tantrum │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이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1997년 초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달러 투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바 있어 결단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5일 발표한 ‘2022년 3월 말 외환보유액’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578억1,000만 달러로 전 월(4,617억7,000만 달러)대비 39억6,000만 달러 줄어들었지만,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 수준으로 아직 까지는 외환위기 가능성은 비교적 낮아 보인다. 문제는 1,8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다. 지난해 3월 기준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1,805조8,000억 원(금융부채 1,337조3,000억 원·임대보증금 468조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는 연 18조 원 추가 부담이 생긴다. 현재 상장 기업의 40%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영업자 78만 가구는 적자 상태로 빚을 177조 원이나 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이상 원금·이자 상환을 미뤄준 영세 기업, 소상공인 빚만도 272조 원에 이른다.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 당연히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경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영끌족, 다중채무자,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덮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고물가 시대 물가정책의 지혜로운 선택과 집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물가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기준금리 인상일지라도 거세지는 고금리 쓰나미에 대비할 튼실한 방파제 구축을 서두르고 치밀하고 신중하고, 유연하게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돈을 뿌리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물가를 더 자극할 뿐 아니라 적자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외려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더 키울 우려도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 서민층에게 더 큰 충격을 주며 양극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 불안 심리를 잡는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취약계층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줄어든 소비 여력이 금리 인상으로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선 돈을 주기보다는 채무구조 조정으로 빚 부담을 줄여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위중하게 급변한 만큼 혹여라도 ‘2차 추경 50조’에 집착하지 말고 물가와 금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돕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토대로 추경 구조를 새로 짜는 방안을 강구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계타임즈 심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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