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고물가에 전기·가스료 인상, 에너지 과소비 구조 서둘러 개선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10-07 16: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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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지난 10월 1일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이 크게 올랐다.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전기 에너지 측정 단위)당 7.4원 인상했다. 도시가스 요금도 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2.7원 올렸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가스 요금 부담이 약 7,670원 가까이 더 부담하게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 살림에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전력은 30일 “지난해 결정된 기준연료비 인상분(㎾h 당 4.9원)에 전력량 요금 ㎾h당 2.5원을 더해 7.4원 인상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10월부터 월평균 307㎾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 약 2,270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규정」을 개정하며 확정된 정산단가(0.4원)와 기준원료비 인상분(2.3원)을 반영하여 서울시 기준 가구당 월평균 가스 요금은 약 5,400원가량 오른 셈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일 발표한 ‘2022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5.7% 상승했다. 두 달간 6%대를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7개월 만에 5%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5.7%로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액화천연가스 LNG와 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해 최근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발전에 쓰이는 석탄 가격은 1년 새 2.6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1.9배로 올랐다. 2년 전에 비하면 각각 5.8배, 8.0배로 폭등한 것이다.

한국전력이 발전회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SMP)은 지난해 kWh당 94.3원에서 올해 176.7원으로 무려 87.38%인 82.4원이나 크게 뛰었다. 반면 7월 전력 판매단가는 132.6원으로 원가(도매가격)의 74.9%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력 수요 증가 및 연료비 상승이 맞물려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연계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13일 기준 평균 전력 도매가격(SMP)은 218.37원으로 전달 같은 기간 199.47원 대비 9.47%인 18.9원 급등했다. SMP가 이달 들어 역대 최고치를 세 차례나 경신한 만큼 올 하반기 수요 증가로 인한 한국전력의 재무구조 악화는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전력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 컨센서스(일치│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28조8,423억 원으로, 연간 부채 비중 역시 지난해 223.2%에서 올해 397.4%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발전용 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가정용은 34개국 중 31위, 산업용은 22위로 저렴한 편이다. 지난 30년간 프랑스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29%나 크게 올랐고, 영국은 181%, 독일은 187% 등으로 대폭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은 53% 오른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27개국의 전력 소비량은 0.5% 줄었지만, 한국은 오히려 4%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력 사용이 많은 외국 기업들이 저렴한 전기요금을 노리며 한국 진출을 타진하는 일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큰 폭의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에너지 가격 기능 회복’ 필요성이 대두됐다. 좀 더 일찍 방향 전환을 했어야만 했다. 원가 상승을 시장가격에 반영해가며 소비를 줄이게 유도하고, 취약계층은 보조금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었다.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흥청망청 소비한 우(愚)도 뒤돌아볼 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의 더 큰 문제는 사회 전반의 ‘위기불감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1만134kWh로 캐나다 1만4,098kWh, 미국 1만1,665kWh에 이어 세계 3위다. 전기료가 싸다 보니 절약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물 쓰듯 한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교량 등의 경관조명 등을 끄고, 공공기관의 난방온도를 낮추는 등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의 10% 절감을 목표로 ‘범국민 에너지 절약운동’을 전개할 계획을 밝혔는데 한참 늦은 ‘뒷북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먼저 공공부문은 ‘겨울철 에너지 절감 5대 실천강령’ 시행 대상이 된다. 건물 난방온도를 18도에서 17도로 낮춰 난방 에너지를 6% 절약하고, 겨울철 전력피크 시간대엔 난방기를 순차 운휴한다. 온풍기와 같은 개인 난방기는 사용이 금지되고 분수대 등 경관조명은 소등한다. 업무시간의 1/3 이상, 비업무시간이나 전력피크 시간대 1/2 이상엔 실내조명을 소등한다. 또한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확산을 위해 ‘범국민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도 운영한다. 에너지 절약분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캐쉬백(Cashback)’ 제도도 도입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늦게라도 정부에서 범국민운동으로 시행한 것은 환영할 만 한 일이다.

작금의 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가 직면한 인류의 생존 문제다. 한국전력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균형으로 에너지 위기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고 한국의 LNG 최대 수입선인 호주가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이다. 우리 경제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전체 에너지의 62%를 쓰는 산업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한편, 유럽에서도 에너지 대란으로 올겨울 가스와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도 비상한 경계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전력 소비를 10% 줄이면 연간 에너지 수입액이 15조 원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60%가량 개선된다.”라고 주장하는 한국전력 연구자료는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잘 시사하고 있다. 각 경제주체는 최근의 위기를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는 계기로 삼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관심이고 실천이며 효율적 소비생활이다. 무역 적자 감소는 물론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국가와 가정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깊이 명찰하고 실천하도록 정부는 적극 홍보와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 다만 위기 때 가장 먼저 충격에 노출될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에너지는 국가 경제의 동력원이자 서민 생존을 위한 핵심 자원이다. 아껴 쓰는 절약의 미덕을 키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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