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한은 기준금리 동결 및 성장률 2.0%로 상향 조정, K자형 양극화 해법 찾아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2-27 17: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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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월 26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전원의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6차례 연속해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는 2024년 10월과 11월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후 환율과 부동산이 아직 안정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연 2.75%에서 2.50%로 내린 이후 지난해 7월, 8월, 10월, 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6회 연속 동결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도체 호황과 수출 호조를 배경으로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려야 할 명분이 약해진 탓이다. 집값과 환율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금리를 내리기에는 환율과 집값이 불안하고, 올리기에는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배경에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15일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금리 인하’ 문구를 삭제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차단했다. 종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 등의 문구가 삭제되며 매파적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실제로 올해 우리 경제가 2% 성장을 하게 되면 잠재성장률과의 국내총생산(GDP) 갭이 사라지고, 꾸준히 상승하는 GDP 디플레이터까지 감안(勘案)하면, 기준금리 연 2.50%는 중립 금리 범위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관세정책이 다시 갈팡질팡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Fed) 이사가 펼칠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미 국채 시장은 1∼2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쪽으로 움직인다. 미국발(發) 관세 불확실성과 건설경기 침체에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소비 심리 개선 등을 반영해 정부와 눈높이를 맞췄다. 아직은 환율과 집값이 불안한 가운데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처음 도입된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는 금리 동결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4년 시작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을 내린 분위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 근처에 있고,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환율이 내려가고 있지만 변동성이 크고, 국내 부동산 대출이 너무 늘어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된 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내 증시에 대해 “저평가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면서도 “다만 상승 속도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다.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늘면 변동성에 더 취약해진다.”라고 우려했다.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 세제가 다른 데보다 낮으면 자금 쏠림 등 비생산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택가격과 관련해서는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부동산 대출을 통한 가계대출이 너무 늘어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금융안정 리스크(Risk)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26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 1.8%보다 0.2%포인트 높은 2.0%로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세계 경제의 양호한 성장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로 경기가 반등할 거라고 본 것이다. 성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회복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수 10년 만에 한 번 올 ‘메가사이클(대호황)’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성장률 상향을 이끌었다. 지난 1월 수출이 658억 달러로 전 년 동기 대비 33.8% 늘었는데 반도체 수출이 102% 급증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전 년 동기 대비 134% 급증했고,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4%에서 이달 34.7%까지 껑충 뛰었다. 더구나 지난해 0%대 저성장 늪에 빠졌던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 신호를 보이며 잠재성장률(1.8%)을 웃돌 수 있다고 한 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15배나 큰 미국에 비해 성장률이 4년 연속 뒤질 게 유력해 저성장 탈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더구나 대만의 올해 성장 전망치 7.7%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 Cycle │ 장기적인 상승 추세)’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세계 1위 상승률을 구가하고 있는 증시 상황과는 크게 대조된다. 실물경기와 증시 사이에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고 내수와 소비가 회복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K자형 성장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 위험이 커진 데 있다. 반도체 중심 IT를 주축으로 경제가 성장하며 IT 밖 분야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게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주가 상승 과실이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고,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 구조를 변화시켜 소득분배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코스피(KOSPI) 지수가 6,300선을 뚫을 만큼 펄펄 끓고 있지만 건설과 석유화학 등은 혹독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금융채무 불이행자(舊 신용불량자)가 지난해 말 국내 금융 채무 불이행자 수가 93만 5,801명으로 집계되며 2017년 이후 다시 8년 만에 최고인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뒤 3년 만에 20만명 넘게 늘었고, 코로나 위기 당시 수준도 넘어섰다. 반도체와 증시의 열기를 어떻게 얼어붙은 실물경제로 연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에도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성급한 재정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손발 안 맞는 정책 엇박자는 증시와 실물경제 간 괴리만 더 키울 뿐이다.

종합해 정리하면, 우리 경제는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결단코 아니다.”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6년 2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월 23일 기준)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약 2년 만에 하락 전환하고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 폭도 4주 연속 축소됐다. 이제 집값 안정의 첫발을 뗀 셈이다. 국회 미래연구원이 지난 2월 26일 발표한 ‘2025 자영업 실태조사 결과’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 시장은 일시적 경기 침체가 아니라 비용 구조 경직화와 부채 누적,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자영업자 3,088명을 대상으로 한 방문·온라인 조사와 ‘포커스그룹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 FGI)’를 토대로 진행됐는데 “몸을 갈아 넣어 인건비를 아끼고 있지만, 실질 소득은 최저생계비 수준이거나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자영업자의 연간 평균 매출은 코로나19 기간(2020~2021년) 1억 4,050만 원으로 줄었다가 코로나19 이후(2022~2024년) 1억 7,240만 원으로 반등해 코로나 이전 1억 7,144만 원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비용도 1억 1,992만 원에서 1억 2,460만 원으로 468만 원이나 늘어나 매출 회복이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고소득·저소득 가구의 소득분배 격차가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 9,000원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지만,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시점인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여행·주류·교육 등 비필수 소비 영역에서 전방위적 감소가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약 1.7%로 제시하며 지난해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눈에 띄는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 역시 회복이 매우 더디다. 지난해 9%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기저효과로 올해는 플러스 성장을 전망할 뿐 호황에 대한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건설투자 회복 지연은 성장 전망을 0.2%포인트 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최근 증시 랠리는 반도체·자동차·방산·금융 등 시가총액 상위 및 ‘밸류-업(Value-up │ 기업가치 제고)’ 수혜 업종에 집중돼 다수 종목은 횡보하고 건설과 일부 내수주는 신저가를 찍는 종목도 있다. 증시 온기를 소비의 증대로 연결할 수혜층이 얇다는 의미다. 반도체 하나만으로 증시를 견인할 수는 있어도 국가 경제 전체를 끌어올리는 데는 이처럼 분명한 한계가 있다. 우리 경제가 반도체 수출 ‘외끌이’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와 K자형 양극화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경기 개선, 증시 레벨-업(Level-up)도 한계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 성장률 반등과 장밋빛 증시 전망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불안정한 집값과 가계부채, 환율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당분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둘러 내수 회복을 위한 특단 전략이 나와야만 한다. 작금의 당면 과제는 성장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도록 ‘모두의 성장’이어야만 한다. 성장 과실이 고루 퍼지도록 경제 정책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생의 기본인 물가와 부동산을 안정시켜 내수 확대로 이어지게 하고, 세제·규제 등을 정비해 부동산에 묶인 자금이 증시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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