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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시장에 최근 ‘강남권 하락, 외곽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지난 23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압구정·개포동 위주로 1주일 전보다 0.17% 하락해 주간 변동률 기준으로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강남 3구에 포함되는 서초·송파구뿐만 아니라 용산·성동구 등 ‘한강 벨트’ 7개 지역 집값도 내리는 추세가 5주째 계속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시한인 5월 9일이 다가오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은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지난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노원구(0.23%)다. 최대 6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이어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임대차 시장은 불안해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서울 전·월세 물건은 지난 3월 26일 기준 3만 2,000여 가구로 급감했다. 올해 초 4만 4,000여 가구와 비교하면 27%가량 줄었다. 2,000가구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전·월세 물건이 하나도 없는 사례도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다주택자 압박에 둔화하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소폭 반등했다. 서울 외곽지역에서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7주 연속 둔화세가 멈춘 것이다. 여기에 전월세난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강남 집값은 꺾였지만, 노원(0.23%)·구로(0.2%)·은평(0.17%) 등의 상승세는 오히려 확대되면서 무주택·실수요 서민들의 주거 사정은 오히려 불안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60주 연속 상승한 전셋값도 오름폭(0.15%)이 커졌다. 역시 성북(0.26%)·강북(0.24%)·도봉(0.23%) 등 외곽지역의 상승세가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이들 6개 지역의 공통점은 정부의 대출 한도를 15억 원 이하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묶은‘10·15 부동산 대책’으로 최대 6억 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몰려있는 곳들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도 당장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나오고는 있지만 세입자를 낀 경우가 많아 당장 실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가 없는 1주택자의 실거주 가능 매물로만 수요가 쏠리며 체감 공급 부족과 호가(呼價)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치고’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신고가 396건 가운데 281건(71%)이 15억 원 이하였다.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과 LTV(담보인정비율) 40% 규제로 인해 ‘15억 원’이 사실상 심리적 기준선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가 지역의 절세 매물은 실수요자에겐 언감생심(焉敢生心)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전세 감소와 유동성, 공급 부족 등이 포모(FOMO │ 소외 공포) 심리와 맞물려 외곽지역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단 분석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 진입하려는 중산층이 사실상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정부의 다주택자와 강남 집값 잡기가 중산층 부담을 키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정책 왜곡이 빚어낸 ‘규제의 역설’인 셈이다. 실수요자가 필요한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집값 상승 압력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에 진입하려는 이들의 대출 수요가 잠잠했던 가계대출의 뇌관을 건드릴지도 모른다. 한국은행도 15억 원 이하 주택 거래 확대를 가계대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을 정도다.
한편 서울 전세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그 전주 0.13%에서 지난주 0.15%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정주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 및 대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지속되며 서울 전역의 전세가가 상승했다. 서울 외곽 아파트값과 전셋값의 동시 상승은 악순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들이 전·월세를 구하기 힘들어지니 중·저가 아파트로 몰리고, 서울 외곽의 가격은 뛴다. 전·월세 불안은 2년 실거주를 의무화한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당시부터 예견됐다. 이어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에 매물은 늘어났지만, 다주택자들이 임대 물건을 매매로 돌리면서 임대시장은 외려 더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전세 매물은 연초 2만 3,060건에서 지난 3월 26일 1만 6,826건으로 6,234건(27.1%) 급감했다. 전세에 이어 월세 물건도 비슷한 비율로 줄어들고 있다. 그 바람에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51만 원으로 1년 전 135만 원 대비 16만 원(11.9%) 급등한 상태다. 이런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수요 억제만으로는 집값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남는다.
다가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는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이 간헐적으로 나오는 매물마저도 아예 잠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세금 인상 카드를 매만지고 있지만, 이 역시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보다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선 결국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만 한다. 더구나 실수요자의 손발이 꽁꽁 묶이면서 전세난까지 가중(加重)시키고 있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1년 전보다 34% 줄었다. 성북구는 무려 90% 급감해 씨가 말랐고, 전셋값도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고 있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던 규제가 서민 주거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은 ‘두더지 잡기’식의 현란한 구호를 외치기보다 왜곡된 시장심리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이 꾸준히 이뤄져야만 한다. 특정 지역 가격을 누르기만 하는 규제 중심 정책은 또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과 전세난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서울 주택 공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만 한다. 서민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도 절실히 필요하다. 시장에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을 보내는 것만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첩경(捷徑)이자 지름길이다. 매매와 임대차 시장 모두를 안정시킬 정교한 정책조합이 필요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양질의 주택 공급을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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