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박관희 화백, '유명작가 특별초대전' 통해 선보인 '잉어의 꿈'

백진욱 기자 / 기사승인 : 2022-06-16 19: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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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울은 눈물, 땀, 깨우침, 알아차림을 상징한다

[대전도시과학고 교사/평론가 장주영]

깜짝 놀랐다. 건강한 물고기가 생동감있게 솟구쳐올라서.

빠르고 섹시하고 매끈했다. 살아있는 물고기가 탐나서 두 손으로 부여잡으면 미끄덩하니 쑥하고 빠져나갈 듯하다. 알록달록 원색의 비단잉어가 빛으로 눈이 부시다. 무색(無色)으로 보이는 찰나를 순간포착한 듯하다. 주인공인 물고기가 순백인데도 화려함의 극치다. 물고기 위의 방점인 빛의 삼원색은 한국의 양반집 색동저고리 같다. 잉어의 자태가 경솔하지도 둔하지도 않다. 화폭 안의 물고기들이 코끝으로 물을 가르는 듯하다. 지느러미와 허리를 비틀며 속도를 내는 몸놀림이 유연한데 힘이 넘친다. 분명 멈춘 그림인데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것 같다. 여러 마리가 함께 조화를 이룬다. 한 곳에 머물러 있는게 아니라 일사불란하고 목표와 방향성이 있다. 그림의 시선은 잉어를 수면 위에서 가깝게 바라본 것이다. 바탕이 강렬한 색채로 거칠게 그려졌음에도 절제와 원숙미가 느껴졌다. 작품을 보기만 했는데도 기운이 난다.

전시실에 처음 들어섰을때 물고기 그림이 제일 눈에 띄었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직관적으로 작품을 감상한 뒤 박관희 화백을 소개받았다. 지적인 매력과 순수함이 묻어있는 미소년의 얼굴에 동그란 뿔테안경은 꿈과 판타지의 대명사 '해리포터'를 떠올리게 했다.

▲ 절제, 깨어있음을 의미하는 검정은 화려함을 배가시킨다. 

 

‘나는 잉어, 꿈을 꾸는 잉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가 있어.’

글은 1차원적 선형(線型)으로 언어를 전달한다. 반면 미술은 무언(無言)의 꿈과 같다. 여러 언어를 한번에 나타내는게 가능하다. 함축과 추상성이 강하게 표현된 그림은 입체적 사고를 담는다. 우리는 그림에서 수많은 해석을 얻는다. 화가는 그림 속에서 무엇이든지 그릴 수가 있다. 회화 예술을 통해 작가는 독자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를 갖는다.

철학자이자 화백인 박관희 작가(국제평화예술문화원장)의 예술 세계가 그러하다. 어린 시절부터 박 작가는 그리기를 좋아했다 한다. 공주 유구에서 자라며 접한 자연은 관찰의 첫 대상이면서 표현의 소재였다. 그렇게 한평생 그림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가졌다. 그러다 번진 코로나는 삶을 불편하게 했다. 2021년 그는 지친 이들에게 기운을 주고자 힘찬 말을 주로 그렸다 한다. 올해는 잉어에게 꼿혔다. 격리가 미덕인 시대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는 직접 기르는 비단잉어들을 보며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된다. 어항 안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를 통해 통찰과 영감을 받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향수, 어머니, 억압과 자유로움, 원형 속의 자아와 꿈, 현실 속의 정체감 상실과 희망같은. 그리고 2022년. 폭발적인 에너지로 깨달음을 회화로 응축하여 잉어를 창조해냈다.

 

▲ '유명작가 특별초대전'에서 왼쪽부터 필자, 박관희 화백, 국용호 사무총장

전국기자협회(사무총장 국용호)에서 주관하는 '유명작가 특별초대전'이 6월 13일 영등포문화원 전시실에서 막을 올렸다. 브레이크 뉴스 및 13개 언론사와 20개가 넘는 단체와 기업의 후원을 받아 5명의 중견 작가들을 모셨다. 국전작가협회 양태석이사장, ‘꽃춤’(花舞)라는 제목으로 분홍꽃을 그린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범헌 회장, 인천지방무형문화재 자수명인 제13호인 청헌자수연구소 이정숙원장, 소나무 작가인 석정미술연구소 이병만소장 그리고 국제평화예술문화원 박관희 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이번 전시에 박관희 화백은 ‘2022 다시(2022 Again)’라는 제목으로 잉어 작품 20여 점을 선보였다. 화려한 아크릴 물감과 부드럽고 강한 먹, 거친 한지, 입체감을 주는 석고 등의 혼합 재료에 붓, 칼, 접착제 등의 여러 도구를 사용하여 다양한 기법을 연출하여 질감의 변화를 주었다.

작가의 의도에 대해 박 화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잉어는 바로 나 자신이기도 합니다. 어둠 속에서 고뇌와 방황을 끝내고 빛을 향해 전진하는 희망의 메세지를 검정색에서 원색, 하늘색으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고 변신을 통해 내 안의 소 우주를 발견하는 과정은 적막한 혼자와의 시간이지만, 힘있게 새출발하는 여러 마리의 잉어의 모습은 조화롭게 상생하는 큰 우주를 나타냅니다."라고.

 

▲ 삼원색의 힘이 느껴지는 역동적 잉어들이 위로 향하고 있다

검정으로부터 색의 삼원색이 역으로 분리된 것처럼 빨, 노, 파 가 빛과 어우러져 무색의 향연을 이룬다. 잉어의 방점은 천지인을 대표한다. 파랑은 하늘(天), 빨강은 땅(地), 초록은 생명(人)이다. 작품 중에는 물고기마다 이마 위쪽에 작은 물방울이 붙어있는게 있다. 물방울은 눈물, 정체성, 깨달음을 나타내기도 하고, 물방울이 바위도 뚫기 때문에 땀방울, 인내, 강인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 속 그림이므로 물방울이 아닌 공기방울이기도 하다. 또 다채로운 색으로 과감히 표현된 공기방울이 잉어를 덮은 작품이 있다. 공기방울은 수면 아래의 몸부림과 소용돌이를 통해 생겨나지만 결국 수면 위를 향해 올라가기 때문에 희망이자 목표를 알려주는 존재인 것이다.

잉어는 장수, 합격, 재물, 권력, 다산, 힘을 상징한다. 200년이상 장수하는 잉어는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진다. 일본에서는 어린이날 장수와 입신양명을 기원하며 '코이노보리'라는 잉어 깃발을 매단다. 중국의 새해에 '연연유여(年年有餘)'라 하여 해마다 풍성하고 여유가 넘치라는 의미로 잉어요리를 먹는다. 잉어는 한자로 리어(鯉魚)다. 이익(利益)이라는 단어와 중국어 발음이 같아 만들어진 풍습이다. 잉어무리는 부하들이다. 즉, 권력, 힘을 상징한다. 잉어를 그림 소재로 할 가치가 충분하다.

사회문화적 의미도 훌륭한 잉어를 창조적으로 탄생시킨 박관희 화백. '길게 오르는 강 어귀'라는 한자 뜻을 가진 영등포(永登浦)문화원에서 2022 다시 도약하는 용감한 잉어를 만나 매료되는 순간이다. 해리포터 같은 미소년의 얼굴을 한 박관희 작가의 철학적 예술 세계에 흠뻑 빠져보라. 꿈과 열정이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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